판촉물인쇄

판촉물인쇄

판촉물인쇄

Blog Article

지금 모습 그대로의 망원동을 지켜주세요’. 지난주 서울 마포구 망원역 1번 출구 앞과 망원동 골목에 걸린 펼침막의 문구다. 큰 글씨로 적힌 이 문구 아래에는 ‘상권 망치고 주거권 해치는 망원1동 졸속 재개발 반대한다’라는 문구가 조금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내가 지역위원장으로 있는 정의당(현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가 건 펼침막이다. 펼침막을 건 이유는 망원동 주민과 이곳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밀실 졸속 재개발의 심각성을 분명히 알리고 연대를 구하기 위해서다.

지금 망원동에서는 ‘망리단길’을 밀어버리고 ‘한강뷰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표 재개발 사업인 ‘신통기획’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망원시장 바로 근처, 작은 빵집과 카페, 특색 있는 가게들이 구석구석 들어서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줄지어 선 ‘빵지 순례자’들을 구경할 수 있는 명소, 저층 빌라가 밀집해 다수 세입자가 복닥복닥 일상을 꾸려가는 바로 그 망원동의 한 구역을 깡그리 밀어내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날벼락 같은 사업이 이해 당사자인 주민은 물론 지금 모습 그대로의 망원동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채 물밑에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23년 11월, ‘망리단길’ 일부가 포함된 망원동 416-53 일대의 약 7만9천㎡ 구역을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후보지로 조건부 선정했다. 찬성 쪽이 세번의 시도 끝에 얻어낸 결과다. 사실 이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동네를 ‘망리단길’이라고 부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단길’이라는 표현이 유래한 이태원 경리단길에 경리단길만의 매력이 있듯 망원동에는 망원동만의 매력이 있기에 굳이 그런 표현을 빌려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앞선 탈락의 주된 이유는 주민 반대와 지역 상권이었다. 서울시는 주민 의견을 다시 수렴하고 지역 상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구역을 조정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신통기획’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추진 과정은 불통 그 자체였다. 마포구청은 망원1구역 재개발 주민설명회를 4월에 열겠다고 해놓고 정작 날짜가 다가오자 갑작스레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고 말을 바꿨다. 설명회를 미뤘으니 주민 의견 수렴도 함께 미루는 것이 타당할 텐데, 구청은 설명회만 취소하고 의견 수렴은 강행했다. 재개발 구역의 주민들에게 우편으로 달랑 한장짜리 지도와 찬반 투표용지를 보내고 4월7일부터 5월2일까지 의견을 받겠다고 통보했다. 무슨 개발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찬반 여부만 묻는 구청의 태도에 주민들은 당혹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 와중에 찬성 쪽이 ‘공짜 아파트를 준다’ ‘빨리 찬성하면 이득, 늦게 들어오면 큰 손해’라는 식의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며 찬성 서명을 받는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쫓겨난 자들의 잊힌 기억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달린 책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에서 작가이자 반빈곤 활동가 김윤영은 이렇게 쓴다. “서울에서 개발은 집 없는 사람들을 탈락시키는 일이었다.” “집주인 중에서도 가난한 이들은 세입자와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분양권뿐만 아니라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낼 여력이 없는 이들은 분양권을 포기하고 낮은 보상금을 받아들이거나 헐값에 분양권을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에 수록된 열한개의 챕터 중 세개의 챕터가 마포의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사람들의 고통과 투쟁을 담고 있다. 두리반처럼 승리의 기억으로 남은 사건도 있지만 박준경 열사의 죽음처럼 저릿한 아픔으로 남는 이야기가 더 많다. 이미 마포는 주민을 존중하지 않은 재개발로 충분히 고통을 겪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망원동 골목 주민들은 지금 모습 그대로의 망원동에서 오손도손 계속 살아가기 위해 ‘망원동 재개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check here 불통 행정에 맞서 싸우고 있다. 공대위는 구청이 제시한 기한인 5월2일에 맞춰 주민 반대 의견을 조직하고 의견 제출에 앞서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전인데도 40여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구청 앞을 찾았다.

“망원시장을 죽이고 망리단길을 망치는 졸속 재개발을 중단해야 합니다.” 수십년째 해당 지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살아온 주민, 망원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해온 소상공인, 다른 지역에 있다 망원동 특유의 문화적 감수성이 좋아 일부러 이곳으로 회사를 옮겨온 디자이너, 지역에서 관 주도 젠트리피케이션을 의미하는 ‘관트리피케이션’을 반대해온 청년 활동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고 왜 망원동 졸속 재개발을 반대하는지 자신만의 언어로 분명히 설명했다.

인상적이게도 기자회견 펼침막 뒤에 서 있는 주민 상당수는 이 지역에 오래 거주한 어르신들이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어르신들은 공대위 사람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말씀씩 덧붙였다. “우리는 여기서 50년을 살았는데 절대 못 쫓겨나.” “아현동 재개발 때 멀쩡히 살던 사람들 다 쫓겨나는 거 똑똑히 봤지.” 지역 주민들은 재개발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거라는 세간의 통념과 달리, 상당수 주민은 서울의 재개발이 그곳에 원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고통을 가져오는지 이미 분명히 알고 있었다.

기자회견 당일에 마포구청은 갑자기 의견수렴을 비롯한 모든 일정을 전부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주민들의 조직된 움직임이 싸울 시간을 벌어낸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낸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공대위의 기자회견문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우리는 오늘 회견을 시작으로 망원동을 사랑하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재개발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이 싸움은 단지 재개발에 멈추는 싸움이 아닙니다. 도시를 도시답게 만들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그 시작을 오늘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이 연대의 초대장에 도시다운 도시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은 많은 시민들의 연대를 요청드리고 싶다.

Report this page